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 세상의 도구들
 
대출 금리 비교
 
신용카드
 
이자 계산기
 
책 리뷰 / / 2022. 12. 15. 19:40

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반응형

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

유시민 작가님의 추천도서

이 책은 유시민 작가님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말씀하시길 금년에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재밌고 느낌도 있었던 책이라고 하셨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재밌게 읽으셨다는데 그 책 보다 10배쯤 재밌고 진지하고 느낌이 강한 소설이었다며 이 책을 추천하셨습니다. 기차에서 이 책을 읽다가 괜히 울컥하고 웃음이 나왔다고 되게 재밌고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유시민 작가님의 소개로 아버지의 해방 일지를 읽었으니까 이제 후일담 문학이 뭔지도 알아보고 '남쪽으로 튀어'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아버지의 해방 일지'에 대해서 말씀드려보겠습니다.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 일지' 저자 정지아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책은 유머가 가득해서 읽는 게 즐겁고 핵심 캐릭터인 주인종의 아버지는 사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책이 얇아서 빨리 완독 할 수 있었습니다. 유시민 작가님께서 올해의 책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기 전에 표지부터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창비에 연재할 당시의 이 소설은 이웃집 혁명 전사라는 제목이었다고 합니다. 책으로 엮이면서 아버지의 해방 일지로 제목이 바뀐 것입니다. 아버지는 이전 제목의 걸맞은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때든, 어디든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땐 앞장서서 달려가는 오지랖 넓은 사람이었습니다. 일러스트는 동네방네 뛰어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산뜻한 초록과 깔끔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이끌고 타이틀 디자인이 참 이쁩니다. 그런데 이 초록색이 정말 볼 때마다 감탄스럽니다. 초록색이 짙을수록 칙칙해지기 쉽다고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산뜻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럼 이제 좀 더 자세히 책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짧게 내용부터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빨치산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삼일장을 치릅니다. 아버지와 얽힌 많은 사람들이 조문을 옵니다. 아버지의 빨치산 활동을 원망한 작은 아버지, 정치적 성향은 완전히 반대인 동창, 아버지의 담배 친구인 열일곱 베트남 소년, 주인공 대신 아들 노릇을 했다는 청년 그리고 식구들까지 사춘기 아버지의 감옥살이 성장 후에 분가로 아버지와 거리가 멀어졌던 딸이 장례식에서 만나는 아버지의 지인들로 아버지의 삶을 다시 조명하게 되고 어렸을 때 추억까지 살아나며 아버지를 다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책이 가지고 있는 유머입니다. 사실 주요 소재만 놓고 보면 정말 우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빨치산 갱이 아버지의 장례식 사상의 대립으로 고통받은 가족과 주변 사람들, 하지만 이 책은 우울함이나 비장함과는 전혀 거리가 멉니다. 인물들은 쾌활하고 힘차며 문장은 유쾌합니다. 마치 콩트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주로 아버지가 웃겨주시고 아닐 땐 주변 사람들이 웃게 해 주고 상활이 심각할 땐 묘사와 문장이 웃겨줍니다. 마음 편하게 울고 웃고 싶은 책을 찾고 계신 분들께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얇아서 완독 하기도 좋습니다. 두 번째는 주인공 아버지의 넘치는 매력입니다. 요즘에는 개인의 삶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도움을 한 사람의 외로움을 깊게 들여다보는 걸 막연하게 오지라퍼라고만 표현하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로워 보이는 사람을 가만히 놔두지 않습니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리자면 아버지의 장례식장에 열일곱 남짓된 피부가 까무잡잡한 소녀가 옵니다. 한 연인은 아버지의 담배 친구라고 합니다.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다가 아버지에게 걸렸는데 아버지는 교복은 꽃피우는 게 양심 이이다고 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베트남인이었던 소녀에게 엄마의 나라는 유일하게 미국을 이긴 나라니까 자랑스러워하라 했다고 한 사람을 동정의 마음이 아니라 그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아버지가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태어난 아버지의 모습이 책을 읽으며 울고 웃게 만들어 줍니다. 아버지는 남에게 도움을 주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경우도 있고 내 가족, 내 집의 형편보다 먼저 남의 집을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오죽하면 나를 찾겠는가, 그러니까 사람이 지를 18번처럼 말하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내 아버지였다면 조금은 싫었을 텐데, 내 가까이에 있는 아저씨였다면 조금은 부담스러웠을 하지만 곁에 꼭 한 명쯤은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어른으로 느껴집니다. 거기에 작가님의 유머와 호감을 듬뿍 담은 묘사와 구수하고 친근한 전라도 사투리가 더해지면 요즘 읽었던 가장 정감 가는 인물이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마지막 하나는 주인공과 아버지의 화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이유로 부모와 분리가 됩니다. 대부분은 먼 거리로 독립을 하면서부터입니다. 주인공의 경우엔 아버지의 감옥 생활과 사춘기도 큰 몫을 합니다. 그렇게 거리가 멀어져 버린 아버지를 장례식을 찾아온 친구들이 내가 모르던 모습으로 그렇게 점차 채워지자 내가 잊고 있었던 아버지의 모습도 떠오르게 됩니다. 삶에서 멀어져 있던 아버지가 오롯하게 채워지면서 한때 내 모든 것이었던 아버지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따뜻함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추천드리며

책이 참 좋았습니다. 아버지의 해방 일지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청담동 살아요'라는 드라마에서 김 의원님이 영문도 모르고 상주까지 서는 장례식 에피소드를 정말 좋아합니다. 돌고 도는 사람의 인연과 영문도 모른 채 주고받는 은혜에 관한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유시민 작가님이 이 책을 소개하실 때 산다는 것에 대한 보편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해 주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이 책은 그런 맥락에 닿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도 정말 많은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해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
  • 네이버 밴드 공유
  • 페이스북 공유
  • 카카오스토리 공유